People_오늘 뭐 할래?

한없이 친숙한 관계에도 자극은 필요하다.
때로는 느긋하고 때로는 왁자한, 남자들의 놀이터 세 곳.

Editor 박예하 Photographer 김경수, 박성수

싱글몰트, 오뎅, 다트 at 바 미스터칠드런. 끝없이 뻗은 대리석 바, 검은 가죽 소파와 샹들리에. 화려하고 무게감 있게 장식된 바에서 사람들이 종이컵에 꽂은 오뎅꼬치를 들고 돌아다닌다. 헬멧을 눌러쓴 배달 아저씨가 비닐봉지를 건네고 간다. 입구의 다트 기계 앞에서는 내기가 한창이다. 청담동 바 골목 지하에 위치한 미스터칠드런은 이름 그대로 술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호텔과 필드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두 명의 친구 바텐더, 김지훈과 채희철이 운영하고 있어서일까, 친구들끼리 모여 왁자지껄하게 좋은 술을 기울이기 딱 좋다. 겨울이면 입구에 공짜 오뎅바를 만들고, 무슨 안주든 배달시킬 수 있다. 도착한 안주를 근사하게 플레이팅해주기까지 한다. 칵테일 추천을 부탁하며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바텐더와도, 옆 사람과도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다. 흥겹고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메뉴는 결코 장난스럽지 않다. 벽장에 구비한 스피릿의 리스트는 끝날 줄 모르고, 시그니처 칵테일이 셀 수 없이 많아 칵테일 메뉴는 따로 두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싱글몰트 몇 잔을 부딪고, 내기 다트 한 판을 하며 오뎅국물을 마시면 알딸딸하던 술이 깬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묵직한 올드패션드 한 잔을 주문할 차례다.

옷 한 벌, 맥주 한 잔 at 셀렉트숍 언타이틀닷. 멋진 옷은 좋지만 쇼핑은 가끔 피곤한 이들을 위해, 친구와 맥주 한잔하며 옷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지난달 갓 오픈한 언타이틀닷은 도큐먼트의 단정한 코트부터 DBSW의 유머러스한 맨투맨까지 고루 갖춘 셀렉트숍이다. 프리즘은 다양하지만 여기 도착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확고한 취향과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의류뿐만 아니라 다나 무스캣의 커다란 인형이나 지갑 등의 액세서리, 비누를 포함한 리빙 제품도 판매한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셀렉트숍을 넘어서는 ‘무정형의 공간’을 표방한다. 안쪽 벽에서는 정해진 작가의 회화 전시가 한창이고, 입구의 카페에서는 커피와 주류, 간단한 음식을 판매한다. 질좋은 커피는 기본이고, 다양한 로컬 크래프트 맥주와 컬트 와인, 칵테일이 이어진다. 추천 메뉴인 샐러드와 파니니뿐만 아니라 그날그날 ‘오늘의 메뉴’를 내놓는 푸드 라인업 역시 만만치 않다. 코트 한 벌 사고 싶을 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느긋한 브런치 약속을 잡아보자. 잠시 전시를 둘러보고, 기분 좋게 새 옷을 장만한 뒤 카페 스툴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쇼핑 스트레스 따위는 쌓일 틈이 없다.

포마드와 면도칼 at 바버숍 엔투라지. 잘 벼린 면도칼이 까끌한 수염에 닿을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 포마드로 완성하는 흐트러짐 하나 없는 머리. 클래식한 그루밍은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엄숙하고 단정한 분위기에 친구와 떠들기가 망설여졌다면 달리 갈 곳이 있다. 도곡동 주택가에 위치한 엔투라지는 경쾌한 분위기에서 그루밍을 즐길 수 있는 바버숍이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사방에 펑키한 스티커들이 붙어 있지만 서비스만큼은 어느 곳보다도 전문적이고 진지하다. 1시간에 달하는 정성스런 커트와 두피 스케일링, 면도가 이어지는 동안 커피나 위스키를 홀짝이노라면 완벽한 남자들의 휴식이 여기 있다. 엔투라지의 친구가 되면 도곡동 숍 말고도 갈 곳이 많아진다. 이들의 활동이 이곳의 분위기만큼이나 액티브하기 때문이다. 제임슨, 레페 등의 주류 브랜드와 함께 파티를 여는가 하면 작년에는 세계적인 바버 도니 할리를 초청하여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1월부터 이들은 ‘바버스쿨’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이용사 자격증 준비반은 물론, 호사가들을 위한 한 달 과정도 운영한다. 새해에는 친구와 함께 우아한 삶을 위한 기술 하나 배워보는 게 어떨지.